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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학교폭력, 뉴스 보다가 우리 아이 학교 생각났다

슬기로운 초등교육

뉴스를 보다가 멈칫했다. BTF푸른나무재단이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였는데, 초등학생 학교폭력 피해율이 2년 만에 2.5배로 뛰었다는 내용이었다. 초등학생 8명 중 1명이 피해를 경험했다고.

솔직히 말하면 첫 반응은 “설마 우리 애 학교는 아니겠지”였다. 그 다음 반응은 “근데 8명 중 1명이면… 학급당 한 명 이상이잖아”였다.

초등 학교폭력 피해율

수치가 주는 느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숫자를 보면 당연히 놀란다. 2023년 피해율 4.9%에서 2025년 12.5%로 올라갔고, 신체폭력 비율은 2019년 이후 가장 높다고 했다. 언어폭력이 제일 많고(23.8%), 신체폭력이 그 뒤를 따랐다(17.9%).

근데 계속 읽다 보니 더 눈에 걸리는 게 있었다. 폭력을 목격하고도 방관했다는 응답이 54.6%였다. 2021년에는 21.5%였는데, 5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올라간 거다. 방관한 이유 1위는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몰랐다”(27%)였고.

나는 여기서 좀 달리 생각하게 됐다. 숫자가 느는 게 무섭다기보다, 아이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른다는 게 더 마음에 걸렸다. 내 아이도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왜 갑자기 이렇게 늘었냐고 하면

원인 분석도 나왔는데, 읽으면서 “아 그렇구나” 싶었다. 코로나 때 초등 저학년이었던 아이들이 지금 3~6학년이 됐다. 집단 생활에서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을 배울 시기를 거의 못 거친 셈이다.

학교폭력 급증 배경

거기에 “장난과 폭력의 경계를 모른다”는 문제가 겹쳤다. 학교폭력으로 인식하는 학생이 64%에 불과하다고 했다. 36%는 폭력이었는데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거다. 가해 학생 중 “재미로” 또는 “이유 없이” 했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아이들이 나쁜 게 아니라, 그 선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신고 의지와 인식이 높아진 영향도 있다고 교육부가 설명하긴 했다. 예전엔 그냥 참았던 걸 이제는 폭력으로 인식하고 신고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수치가 느는 이유가 꼭 폭력 자체가 느는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였다.

아이가 말했을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아이가 어느 날 “친구가 때렸어”라고 말한다면? 아마 제일 먼저 하는 게 “왜? 어디서? 얼마나?” 같은 질문 공세일 것 같다. 나도 그럴 것 같았다.

근데 전문가들은 그것보다 먼저 해야 할 말이 있다고 한다. “말해줘서 고맙다, 네 잘못이 아니야.” 이걸 먼저.

수사관처럼 캐묻는 건 그다음이다. 아이가 말을 꺼낼 수 있었던 용기를 먼저 받아주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이후 실질적으로 해야 할 건 이렇다.

  • 카톡이나 SNS 내용 캡처, 상해 진단서, 소지품 훼손 사진 등 증거를 챙긴다
  • 담임 선생님 → 교감 순서로 학교에 공식 신고한다
  • 심각하거나 지속되면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24시간)를 이용한다

담임과의 소통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담임 선생님과 잘 지내는 법, 나는 한동안 몰랐다에서도 썼지만, 평소에 관계를 쌓아두면 이런 상황에서 대화가 훨씬 쉬워진다.

아이가 학교폭력 피해를 말했을 때 4단계 대응

한 가지 더. 신고했는데 아무 조치가 없었다는 응답이 33%였다. 신고하면 다 해결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그러면 기록을 남기고 다시 요청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귀찮더라도 문자나 이메일로 남기는 게 낫다.

방관자인 아이에게 뭐라고 할까

내 아이가 피해자가 아니라 목격자 쪽이라면 어떻게 말해줄까 생각해봤다. “왜 말 안 했어?”라고 하면 아이는 뭐라고 대답할까. 모르거나, 무서웠거나,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나.

“나서서 싸울 필요는 없어. 선생님한테 말하는 것도 충분히 용기 있는 거야.”

이 한 마디를 미리 해두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사건이 생기고 나서 “왜 말 안 했어” 하기 전에, 평소에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알려주는 거다.

스마트폰 관련 규칙처럼 사이버폭력 문제도 비슷하게 이어진다. 학교 스마트폰 금지 이후 우리 집에서 실제로 달라진 것들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온라인에서의 말도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걸 아이랑 같이 이야기해봤다.

그래서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나

뉴스 다 읽고 나서 뭔가 대단한 결심을 한 건 아니다. 딱 한 가지만 했다.

저녁에 아이한테 “오늘 학교에서 불편한 일 있었어?” 하고 물었다. 평소엔 “뭐 했어?” “밥은 맛있었어?” 수준이었는데.

아이가 “없었는데”라고 하면 그냥 넘어가면 된다. “있었는데”라고 하면 거기서부터 대화를 이어가면 된다. 뭔가 거창한 예방이나 교육이 아니라, 일단 아이가 말을 꺼낼 창구를 열어두는 것부터가 시작인 것 같다.

학교폭력 예방 질문

8명 중 1명이라는 수치가 무섭다기보다, 내 아이가 그 1명이 됐을 때 어떻게 반응해줄 수 있을지를 생각해두는 게 낫다. 그리고 그 1명이 아니더라도, 아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면 된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