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쉬는 시간에 폰 없으니까 애들이 다 떠들어.”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가방도 안 내려놓고 툭 던진 말이다.
그게 불만인 건지, 신기한 건지, 아니면 그냥 보고하는 건지. 3학년 남자아이한테 물어봐도 답이 없다. “그냥”이라고 할 게 뻔해서 물어보지도 않았다.
올해 3월부터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이 법으로 금지됐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2026년 3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된 것이다. 단순한 학교 규칙이 아니라 법적 근거가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아, 드디어’ 싶으면서도 ‘과연 얼마나 지켜지려나’ 싶었다.

초등 스마트폰 금지 시행 이후 — 쉬는 시간이 달라졌다는데
아이 말로는 쉬는 시간에 다들 떠들고 돌아다닌다고 했다. 작년까지는 쉬는 시간에도 핸드폰 들여다보는 애들이 많았다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되니까 다들 어쩔 수 없이 얼굴 보고 논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논다”는 표현이 좀 웃겼다.
그게 뭐가 달라지겠나 싶었는데, 귀가하는 아이를 보면서 조금씩 다른 게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엔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방 던지고 바로 핸드폰부터 찾았다. 말 그대로 첫 번째 동선이 핸드폰이었다. 근데 요즘은 가끔 가방도 못 내려놓고 학교에서 있었던 얘기를 먼저 한다.
“민준이가 오늘 이래서” “담임 선생님이 이랬는데” 같은 것들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아이가 먼저 학교 얘기를 꺼내는 날이 늘었다는 게 나한텐 꽤 다가오는 변화다.
그럼 집에서 핸드폰은
문제는 여기다.
학교에서 하루 종일 못 썼으니 집에 오면 더 찾는 거 아닐까, 걱정을 좀 했다.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학교 내 사용이 제한되면 집에서 보상 심리로 더 쓰게 된다는 거.
솔직히 처음 몇 주는 그랬다. 집에 오자마자 유튜브 먼저 켜는 날이 있었다. 내가 뭐라 하면 “학교에서 하나도 못 했잖아”라는 말이 방어막처럼 나왔다.
근데 그게 좀 지나고 나서는 달라졌다.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실컷 놀고 왔는지 귀가 후에 예전보다 차분한 날이 생겼다.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고, 그런 날이 생겼다는 거다.

수업 집중도 — 선생님들 말로는
아이한테 직접 물어보면 잘 모른다고 한다. “수업이 더 재미있어졌어?” 이런 질문은 남자아이한테 의미없다. “그냥”이 돌아올 뿐이다.
서울시교육청 시범 운영 사례에서 스마트폰 금지 이후 학생 집중도가 15% 향상됐다는 보고가 있었고, 교원 단체 쪽에서도 수업 참여도가 체감이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영국에서 13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시험 성적이 평균 6.4% 향상됐다는 결과도 있다.
수치만 보면 긍정적이다.
근데 같은 연구들 안에서도 반대 결과가 나온다. 스마트폰 금지 학교와 아닌 학교 사이에 수면이나 학업 성취도 차이가 없었다는 연구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집중도는 좋아졌는데 시험 점수는 별 차이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니까 뭐가 맞는 건지는 아직 모르는 거다. 좋은 것 같기도 하고, 그게 성적으로 이어지는지는 또 별개인 것 같기도 하고.
가장 불편한 것 — 급하게 연락할 때
이건 솔직히 아직도 불편하다.
우리 아이 학교는 아침에 폰을 걷어서 종례 때 돌려주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수업 중에만 금지가 아니라 사실상 등교 후 하교 전까지는 아이와 연락이 안 된다.
방과후 일정이 갑자기 바뀌거나, 내가 늦어서 픽업 시간을 바꿔야 할 때, 학원 선생님이 연락을 줬을 때 — 이럴 때 아이한테 바로 전달이 안 된다. 학교에 전화해야 한다.
법에 긴급 상황 예외 조항이 있긴 하다. 그런데 현실에서 “긴급”의 기준이 애매하고, 폰을 학교에 맡겨둔 상태에서 아이가 폰을 갖고 있지 않으니 사실상 연락이 어렵다.
이게 많은 학부모들이 공통으로 불만을 가진 부분이다. 나도 그 중 하나다.

학교마다 다르다는 것도 문제
운영 방식이 학교마다 제각각이다. 아침에 걷는 학교가 있고, 소지는 허용하되 수업 중에만 금지하는 학교가 있고, 아예 학생 자율로 맡기는 학교도 있다.
같은 법이 시행됐는데 어떤 학교는 쉬는 시간에도 못 쓰고, 어떤 학교는 쉬는 시간엔 자유롭다. 이 불균형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혼란을 키운다. 아이들도 “왜 우리 학교만”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
직접적인 처벌 규정이 없다 보니 실질적인 통제력도 학교 재량에 달렸다. 어떤 학교는 철저하게 운영하고, 어떤 학교는 흐지부지인 것이다.
3개월이 지나서 드는 생각
좋아진 것도 있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랑 말로 노는 것, 귀가 후에 학교 얘기를 먼저 꺼내는 것. 그게 법 때문인지 아이가 커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여전히 불편한 것도 있다. 긴급 연락, 학교 간 차이, 아이가 집에 오면 더 찾는 날들.
전문가들은 수업 중 금지는 단기 처방에 불과하고, 가정 내 소통이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 같다. 근데 그 “함께”가 뭔지, 어떻게 하는 건지가 여전히 막막한 거잖아.
아이가 스마트폰을 적게 쓰는 방향으로 가는 건지, 학교에서 못 써서 집에서 더 쓰는 방향으로 가는 건지는 아직 모르겠다.

어쨌거나 폰이 없으면 아이들이 서로를 본다.
그게 맞는 건지 아닌 건지는 모르겠는데, 적어도 쉬는 시간에 얼굴 보고 떠든다는 건 학교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