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식 날짜를 달력에서 확인하다가 손이 멈췄다. 7월 말부터 한 달 넘게, 낮 시간에 아이를 어디에 둘지가 통째로 빈칸이었다. 그러다 문득 검색창에 “초등 아이 혼자 집에 있기 몇 학년부터”를 쳤다. 3학년, 그러니까 아홉 살. 이 나이면 잠깐은 혼자 둬도 되는 건가. 아니면 아직 이른 건가. 숫자 하나에 이렇게 오래 멈춰본 게 얼마 만인지.
검색 결과는 생각보다 갈렸다. 누구는 4학년부터라 하고, 누구는 6학년은 돼야 한다 하고. 그래서 그냥 나이 얘기 말고, 법이랑 전문기관이 뭐라고 하는지부터 제대로 찾아봤다.
몇 학년부터라는 숫자가 애초에 없더라
가장 먼저 궁금했던 게 “몇 학년부터가 합법이냐”였다. 어디 법에 나이가 딱 박혀 있으면 그거 보고 마음 편하게 결정하려고. 그런데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랑 아동복지법을 찾아보니, 한국에는 “초등학생을 혼자 집에 둬도 되는 학년”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아예 없었다. 몇 학년부터 된다는 숫자 기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신 아동복지법 제17조 제6호(방임)가 판단 근거가 된다는데, 여기서 내가 좀 오해하고 있었다. 법이 금지하는 건 “혼자 두는 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아이한테 필요한 보호를 하지 않아 위험한 환경에 방치하는 행위였다. 대법원 판례(2020도7625)를 보면 방임으로 인정되려면 유기나 학대에 준하는 정도의 피해가 있어야 하고, 보호자가 그걸 알면서도 안 한 고의까지 인정돼야 한다더라. 그러니까 “잠깐 집에 혼자 뒀다”는 사실만으로 처벌받는 게 아니었다.
이걸 읽고 나서야 어깨에 들어갔던 힘이 조금 풀렸다. 나는 무슨 몇 시간 이상 두면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 문제는 시간 자체가 아니라 아이가 위험한 상태에 놓이느냐였던 거다.

그럼 전문기관은 몇 살이라고 하나
법에 숫자가 없으니 이번엔 전문기관 쪽을 봤다. 미국 소아과학회(AAP)는 “11세 또는 12세”가 몇 시간 정도 혼자 있기에 적절한 나이라고 본다. 다만 성숙한 8~9세는 짧게는 가능하고, 반대로 11~12세 이전엔 대부분의 아이가 응급 상황에 대처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짚었다.
숫자로 정리하면 국제 기준은 대략 11~12세, 국내 부모들 통념은 초등 고학년쯤. 재밌는 건 미국도 연방 차원의 최소 나이 규정은 없고, 주의 3분의 2 이상이 나이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선진국이라고 딱 떨어지는 정답 나이가 있는 게 아니더라.
여기까지 읽고 나는 잠깐 아이 얼굴을 떠올렸다. 우리 아이가 아홉 살이니까 AAP 기준으로는 아직 이른 편이다. 그런데 전문기관들이 하나같이 강조하는 건 나이 숫자가 아니라 “아이의 준비 상태”였다. AAP는 혼자 두기 전에 이런 걸 보라고 한다.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는가, 응급 상황에 어떻게 할지 말할 수 있는가, “혼자 있어도 괜찮아?”라고 물었을 때 아이가 불안해하지 않는가. 마지막 항목이 눈에 걸렸다. 부모 판단만이 아니라 아이한테 직접 물어보라는 거였다.
그래서 그날 저녁에 진짜 물어봤다. “엄마 없을 때 너 혼자 집에 한두 시간 있을 수 있겠어?” 아이가 게임할 생각에 신났는지 “당연하지”부터 외쳤다. 아, 이건 준비됐다는 뜻이 아니라 그냥 놀 생각인 것 같은데.
나이보다 이걸 먼저 가르쳐야 했다
준비 상태라는 게 결국 미리 가르쳐 둔 게 있느냐 문제였다. AAP랑 행정안전부 어린이안전 자료를 묶어 보니, 혼자 두기 전에 아이 손에 쥐여줘야 할 규칙이 몇 개 있었다.
우선 낯선 사람이 오면 문을 열지 않기. 전화나 방문자한테 “나 지금 혼자 있어요”라고 말하지 않기. 요즘 애들은 이게 더 무섭다는데, SNS에 “나 혼자 집에 있음” 같은 걸 올리지 않는 것까지 규칙에 들어가더라. 부모 번호랑 가까운 가족 연락처는 외우게 하고, 화재나 다쳤을 때 어떻게 할지는 말로 미리 연습(리허설)해 두라고 했다.
하나 더, 밖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가라고 가르치는 것. 동네 약국이나 문구점, 24시 편의점 중에 경찰이랑 지역이 함께 지정해 둔 곳들이다. 나는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가, 우리 동네 어디가 지정돼 있나 지도부터 찾아봤다.
여기서 중요한 건 처음부터 종일 혼자 두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육아 자료들이 공통으로 권하는 건 짧게부터 예행연습이었다. 처음엔 10~20분, 내가 동네 마트에 있는 상태로 시작해서 아이가 규칙을 지키는지, 불안해하지 않는지 보면서 조금씩 시간을 늘리는 식. 몇 학년이냐를 따지는 이분법이 아니라 “짧게 붙어서 있다가 점점 멀리, 점점 길게”로 넘어가는 과정인 거다.

여름방학이라 이 고민이 커진 진짜 이유
그런데 왜 하필 방학마다 이 고민이 도지나 생각해봤다. 학기 중엔 그래도 학교가 낮을 붙잡아주는데, 방학은 그 시간이 통째로 비니까. 맞벌이 부모한테 방학이 매년 ‘돌봄 전쟁’으로 불린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걸렸던 건 혼자 있는 시간이 곧 스마트폰 시간이 되기 쉽다는 데이터였다. 전교조가 초4~6학년 2,804명한테 설문한 걸 보면, 절반 가까이(49.2%)가 방과 후 스마트기기를 2시간 넘게 썼다. 특히 방과 후 혼자 있는 아이는 ‘4시간 이상’ 사용 응답이 16.5%로, 어른과 함께 있는 아이(9.7%)보다 훨씬 높았다더라. (이건 정부 통계가 아니라 전교조 설문이라는 점은 짚어둔다.) 읽고 나서야 아, 혼자 두는 것 자체보다 그 시간을 뭘로 채우느냐가 관건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나는 처음엔 “우리 집은 규칙 잘 짜서 혼자 두면 되겠다”로 결론을 내리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순서가 반대였다. 아홉 살한테 스마트폰 안 보고 혼자 몇 시간을 알아서 보내라는 건, 어른한테도 쉽지 않은 일을 시키는 거였다. 무리해서 혼자 두기 전에, 혼자 안 둬도 되는 방법부터 있는지 찾는 게 먼저였다.
찾아보니 교육부 늘봄학교가 방학 중에도 운영된다. 방과후 프로그램은 초1~6학년이 대상이라는데, 운영 날짜랑 시간이 지역·학교마다 다 다르다. 인천 사례를 보면 7월 24일부터 8월 21일까지, 오전대 중심으로 돌아간다던데 이건 인천 얘기라 우리 동네랑 같을 리 없다. 일부 지자체는 방학 때 초1~3학년한테 오전부터 저녁까지 돌봄에 중식까지 챙겨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이건 학교 늘봄지원실에 직접 물어봐야겠다.
혼자 둘 수 있냐 없냐를 나이로 딱 자르려던 나한테, 결국 답은 “당장 결정할 게 아니라 하나씩 확인해볼 것”이었다. 우리 아이가 준비됐는지 짧게 연습부터 시켜보고, 그 사이에 늘봄이랑 동네 방학 돌봄부터 알아봐야겠다. 내일 아침에 학교 늘봄지원실 번호부터 찾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