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상담 통보가 왔다.
“2026년 4월 ○일, 2시~2시 10분.”
10분이라고 적혀 있었다. 10분. 그 숫자를 보는 순간 뭔가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겨우 10분에 뭘 물어보겠다는 건지.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얼마나 알겠냐고. 그런 마음이 먼저 올라왔다.
그리고 그 마음 그대로 상담에 갔다가, 조용히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다.

요즘 학부모와 담임 선생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
뉴스를 보면 뭔가 이상한 일들이 자주 보인다.
2026년 4월, 한 학부모가 “담임이 남자 교사라 교체해달라”는 글을 온라인에 올렸다. “수능 6등급일 것”, “성 문제도 걱정된다”는 내용이 딸려 있었다. 서울시에서만 최근 6년간 학부모 요구로 담임이 교체된 사례가 90건인데, 그중 78건(87%)이 초등학교였다.
전북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의 반복 민원으로 1년 사이에 담임이 6명 교체됐다는 SBS 보도도 있었다. 과자를 불량식품이라 문제 삼고, 수업 중 교사가 아이를 째려봤다며 아동학대 신고를 했다고.
2026년 5월 조사 결과, 교사 2명 중 1명이 지난 1년간 교단을 떠나는 걸 고민했고, 사직 고민의 이유 1위가 ‘학부모 악성 민원'(62.8%)이었다.
읽으면서 말이 안 나왔다. 아니, 정확히는, 이런 학부모들 때문에 정작 아무 문제 없는 학부모들까지 선생님 앞에서 잔뜩 조심하게 되는 건 아닌가 싶었다.
근데 또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도 과연 잘 하고 있나. 그 확신이 없었다.
“아이 앞에서 선생님 험담하면 아이가 망한다”는 말
이 말을 어디선가 읽었을 때, 처음에는 좀 극단적인 표현 아닌가 싶었다.
근데 이유를 보니까 이해가 됐다.
아이들은 부모와 선생님의 관계를 보면서 학교를 ‘안전한 공간’으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냐를 결정한다고 한다. 부모가 선생님을 믿고 긍정적으로 대하면 아이도 학교를 안전하다고 느끼고 적응이 빨라진다. 반대로 부모가 아이 앞에서 선생님을 깎아내리면 아이는 교사 지도를 따르지 않게 되고, 교실 질서를 무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한 건 이 표현에서 빌려온 거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나는 좀 뜨끔했다.
아들이 학교 얘기를 꺼낼 때, 나도 은근히 선생님 쪽보다는 아이 편을 들어줄 때가 많았으니까. “선생님이 왜 그랬을까?” 대신 “그래, 좀 이상하네”라고 했던 날이 분명히 있었다.

요즘 흔한 민원 패턴과 그 결과
“아동학대”라는 표현이 교사 압박 수단으로 쓰인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2026년 2월에는 초등 담임에게 “어린 것들이 싸가지 없다”, “초등학교 교사가 왜 학교 와서 노느냐”고 폭언을 한 학부모가 법원에서 ‘교육활동 침해’로 판결받아 특별교육 12시간 이수 처분을 받았다.
법원은 이렇게 판시했다. “일방적으로 자기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교원 전체를 폄하하는 욕설·인신공격적 표현”은 정당한 의견 제시의 한계를 벗어난다고.
그리고 이런 민원의 최종 피해자는 아이다. 아이들이 “부모가 선생님을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되면, 교사 권위를 무시하고 학급이 붕괴되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한다.
학교가 아이한테 안전한 곳이 되려면, 그 공간을 같이 만들어줘야 하는 사람이 부모라는 걸 새삼 느꼈다.
학부모 상담, 제대로 써먹는 방법
10분이 짧긴 하다. 그래도 쓸 수 있는 10분과 낭비하는 10분은 다르더라.
상담 전, 교실에서 먼저 확인할 것들
방문 상담이라면 대기하는 시간에 교실을 한 번 둘러보는 게 의외로 도움이 된다. 현직 교사들이 알려주는 확인 포인트가 있다.
| 확인 항목 | 알 수 있는 것 |
|---|---|
| 아이 책상 서랍·사물함 정리 상태 | 기본 생활습관 |
| 신발장 정리 | 집에서의 습관이 학교에서도 드러남 |
| 국어·수학 익힘책 작성 상황 | 수업 집중도 |
| 미술 작품·글쓰기 완성도 | 과제 성실도 |
| 환경 게시판 자녀 작품 유무 | 교사가 아이를 어떻게 보는지 |
우리 아들 사물함 열어봤더니 뭔가 잔뜩 쑤셔넣은 게 있었다. 뭐가 있는지도 모를 것들이. 집에서도 방이 그 꼴이긴 하지만, 그걸 선생님 앞에서 마주치니까 좀 민망하더라ㅋㅋ
상담에서 먼저 전달할 것
1학기에는 교사도 아이를 단기간만 봤기 때문에, 부모가 먼저 정보를 줘야 한다.
- 아이가 1년간 발전하길 바라는 분야 (공부보다 생활 습관 쪽이면 그것도)
- 건강 상태나 음식 알레르기 같은 주의사항
- 교사에게만 알리고 싶은 민감한 정보 (주의가 필요한 부분 등)
1학기 상담에서 피해야 할 질문
이건 좀 의외였는데. 1학기에는 교사도 아이를 충분히 관찰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질문은 정확한 답변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 “누구랑 친하게 지내나요?” (교우관계 구체 평가)
- “이 아이 성적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아요?”
- “학원을 더 보내야 할까요?”
물어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는데, 솔직히 선생님 입장에서도 3월에 만난 애한테 그 질문은 좀 당황스럽겠다 싶다.
물어보면 좋은 질문들
현직 교사들이 제안하는 베스트 질문들이다.
- “선생님 눈에 아이가 잘하는 게 무엇인가요?”
- “어느 과목에 가장 열정적으로 참여하나요?”
- “제가 집에서 더 신경 써 줘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특히 저학년이라면 성적보다 “학교 적응”과 “교우관계” 중심으로 물어보는 게 낫다고.

담임 선생님 연락 예절 — 이게 의외로 관계를 결정한다
연락 습관이 관계에 영향을 준다는 걸 솔직히 별로 생각 안 했었다.
| 상황 | 권장 행동 |
|---|---|
| 결석 연락 | “안녕하세요. ○학년 ○반 ○○ 어머니입니다. 오늘 아이가 [이유]로 결석합니다. 감사합니다.” |
| 민감한 사안 | 문자보다 전화 or 상담 예약 요청 |
| 연락 시간 | 평일 오전 8시~오후 6시 이내 |
| 저녁 8시 이후 | 긴급 상황이 아니면 다음날 연락 |
| 주말 | 원칙적으로 연락 금지 |
| 칭찬·감사 | 짧게라도 전달하면 관계에 큰 도움 |
교사 10명 중 3명은 개인 연락처를 통해 학부모 민원을 받으면서 부담을 느낀다는 조사가 있다. 밤낮없이 오는 연락이 정말 괴롭겠구나 싶다.
인사 없이 “○○ 내일 결석함”이라고만 문자 보내는 것도 실례라고 나와 있던데. 나는 이 부분에서 반성했다. 급할 때 딱 그런 식으로 보낸 적이 있었으니까.
신뢰는 먼저 주는 것이라는 말의 의미
교사와 학부모 간 신뢰 관계 연구에서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학부모가 믿어 주신다는 게 느껴지면 제 스스로도 자부심이 생겨 수업 연구를 더 열심히 하고 싶어진다.”
이 말을 읽고 한참 생각했다.
당연한 말인데 왜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내가 먼저 좀 의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선생님이 우리 아이한테 얼마나 신경 써줄까. 30명 중 한 명인데. 그 마음이 먼저였으니까. 근데 그 마음이 연락 방식에도, 상담 태도에도, 아이 앞에서 선생님을 어떻게 언급하느냐에도 다 묻어나는 거겠지.

10분짜리 상담이 뭔가를 바꿔준 이야기
글 시작에 썼던 그 10분 상담.
선생님이 먼저 아이 이야기를 꺼내줬다. 잘하는 것, 수업 시간에 보이는 모습, 쉬는 시간에 어울리는 방식. 그리고 건강 고민을 얘기했더니 이렇게 말해줬다.
“지금은 교우관계나 학습에 신경 쓸 때가 아니라 아이의 건강과 학교 적응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한마디가 뭔가를 녹였다.
겨우 10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나오면서는 전혀 다른 마음이었다. 나보다 아이를 더 잘 알 수도 있는 사람한테, 내가 너무 흐린 눈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었다.
어쨌거나.
선생님 욕은 좀 줄여야겠다. 아이 앞에서는 특히.
출처 및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