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용돈 얼마 줄 거야?”
한동안 미뤄뒀던 질문이 결국 밥상에서 툭 튀어나왔다. 초등 용돈을 언제부터 얼마씩 줘야 하나, 나는 그게 그냥 금액 하나 정하는 일인 줄 알았다. 삼천 원이냐 오천 원이냐. 그 숫자만 정하면 끝나는 줄. 근데 막상 앉아서 따져보니 금액은 제일 나중 문제였다.
얼마가 적당한지부터 검색했는데
당연히 나도 검색부터 했다. 인터넷에 초1은 만 오천, 초3은 사만, 초6은 십만 원, 이렇게 학년마다 촘촘히 오르는 표가 돌아다닌다. 그 표를 보고 잠깐 마음이 급해졌다. 우리 아이는 3학년인데 그럼 사만 원은 줘야 하나.
아니다. 그건 아니고. 그 표들은 어디서 조사한 건지 원 출처가 안 나온다. 카드뉴스처럼 돌아다니는 숫자였다. 그나마 출처가 분명한 건 한 용돈 관리 앱(퍼핀)의 2024년 통계인데, 여기선 초등 저학년 월 평균 3만 2천 원, 고학년 5만 1천 원 정도였다. 앱 이용자들 데이터라 전국 대표값은 아니고, 딱 “대략 이 정도 감”으로만 보라는 이야기다.
숫자를 여러 개 보고 나서야 알았다. 평균은 남의 집 사정이더라. 우리 집 형편, 아이가 실제로 뭘 사야 하는지, 학교 앞에서 간식을 사는지 친구 생일선물을 챙기는지, 그걸 빼놓고 평균만 보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물가 오를 때마다 올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매주 줄까 매달 줄까
금액보다 나를 더 오래 붙잡은 건 주기였다. 매주 월요일에 조금씩 줄까, 매달 1일에 한 번에 줄까.
퍼핀 통계를 보면 실제로도 주 1회와 월 1회가 거의 반반이더라. 정답이 없다는 뜻이겠지. 그래도 읽다 보니 방향은 잡혔다. 주 1회는 저학년에 맞다고 한다. 돈을 하루 만에 다 써버려도 다음 주까지 며칠 안 남았으니 회복이 빠르고, 관리에 실패해도 부담이 작다. 반대로 월 1회는 한 달 치를 스스로 나눠 쓰는 연습이라, 좀 큰 아이한테 맞다는 거였다.
우리 아이는 3학년이니까 애매한 자리다. 한 달을 통째로 맡기면 셋째 주쯤엔 이미 빈털터리가 될 게 눈에 선했다. 그래서 일단 주 1회로 시작하기로 했다. 계획을 세우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다 써버리면 다음 주까지 기다려보는 그 과정 자체가 목적이지 돈 액수가 목적이 아니니까.
집안일에 용돈을 걸어야 하나
여기서 진짜 고민이 시작됐다. 심부름이나 방 정리에 값을 매겨서 “일해서 벌게” 할까.
한쪽에선 효과를 봤다는 이야기가 많다. 실제로 어떤 집은 신발 정리 100원, 방 정리 200원, 실내화 빨기 500원 이렇게 값을 매기고 일요일 저녁에 합산해 줬더니, 아이가 스스로 일을 찾고 돈 쓰기 전에 한 번 더 고민하더라는 경험담도 있었다. 뿌듯함이라는 게 생기는 거다.
그런데 반대쪽 우려도 만만치 않다. 집안일에 돈을 걸면 아이 마음이 “돕는다”에서 “돈 받으니까 한다”로 바뀌어서, 나중엔 돈 안 주면 안 하게 될 수 있다는 거다. 이 대목에서 나도 좀 멈칫했다. 우리 집 식탁 정리는 원래 가족이 같이 하는 건데, 거기다 값을 붙이는 순간 그게 노동이 되어버리는 게 맞나 싶어서.
읽다 보니 많은 부모가 절충안으로 간다는 걸 알게 됐다. 기본 용돈은 그냥 준다. 가족이니까 받는 몫. 방 정리나 식사 정리 같은 당연한 몫은 무보수. 대신 대청소나 세차 돕기처럼 평소 안 하는 큰일에만 따로 보너스를 걸어서 “노동의 대가”를 경험시키는 식이다. 결국 정답은 없고 집마다 원칙을 정해 아이랑 대화로 합의하는 게 핵심이라는데, 이게 말이 쉽지.

용돈기입장은 감시가 아니라던데
돈을 주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게 용돈기입장이다. 나는 처음엔 이걸 “얼마 썼나 확인하는 장부”쯤으로 생각했다.
KB의 생각에 나온 관점을 보고 방향을 좀 바꿨다. 기입장은 감시 도구가 아니라 돌아보는 기회라는 거다. 아이가 자기 지출을 보면서 의미 있게 쓴 건 O, 그냥 낭비한 건 X 표시를 해보고, X 항목을 다 더하면 그게 날아간 돈이니까 “그 돈으로 뭘 할 수 있었나”를 스스로 깨닫는 식이다. 재밌는 건 부모 지출도 아이가 평가하게 한다는 대목이었다. 일방적인 잔소리가 아니라 서로 본다는 거지.
나도 처음엔 매일 쓰게 시킬 뻔했다. 그런데 그러면 아이가 딱 사흘 쓰고 질려버릴 게 뻔했다. 그래서 주 1회, 일요일 저녁에 지난주 소비를 같이 들여다보는 정도로만 하기로 했다. 어른도 가계부 꾸준히 쓰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애한테만 완벽을 바라는 것도 우습고. 돈을 받으면 소비·저축·나눔 통에 나눠 담아보는 방법도 있다길래, 이건 저축이 눈에 쌓이는 걸 보여주기 좋아서 우리도 흉내는 내볼까 싶다.
용돈을 올려달라고 조를 날도 곧 올 거다. 그때는 무조건 안 된다 하기보다 왜 필요한지 먼저 들어보려 한다. 물가 오를 때마다 올려줄 순 없다는 것도, 죄책감 없이 담담하게 말해주는 걸로.
결국 금액 하나 정하면 끝날 줄 알았던 일이, 주기 정하고 원칙 세우고 대화하는 일이 됐다. 아직 우리 집 방식이 맞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다만 숫자만 던져주고 끝낼 뻔한 걸 안 그래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