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아이를 흔들어 깨우는데 몸이 축 늘어져서 안 일어난다.
한 번 부르고, 두 번 부르고, 이불을 걷었다가 다시 덮어주고. 방학 두 달 사이에 아침이라는 게 아예 사라진 집이 됐다. 밤 열한 시가 넘어야 겨우 눈이 감기고, 낮 열 시가 다 돼야 부스스 나온다. 처음엔 방학이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달력에 개학일이 표시되어 있는 걸 보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초등 개학 준비라고 하면 학용품 사는 것부터 떠올렸는데, 정작 급한 건 이 무너진 생활 리듬이었다.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리듬은 소리 없이 무너졌다
방학식 하고 온 그날부터였다. 늦게 자도 뭐라 안 하고, 아침에 좀 더 자게 뒀다. 하루 이틀은 그게 방학의 특권 같았는데, 그게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니까 완전히 다른 시계로 돌아가는 아이가 되어 있더라.
밤에는 침대에 누워서도 한참 태블릿을 붙잡고 있었다. 나도 옆에서 흐린 눈으로 넘어갔다. 방학인데 뭐, 하면서. 그런데 아침에 못 일어나는 게 밤에 늦게 잔 것과 이렇게 딱 붙어 있는 줄은 다시 겪고 나서야 실감했다. 잘 시간이 밀리니까 일어날 시간도 같이 밀리고, 그러다 보면 낮이 통째로 뒤로 끌려간다. 아이 몸이 게을러진 게 아니라 시계가 통째로 옮겨간 거였다.

개학 2주 전, 15분씩만 앞당기기로 했다
하루아침에 원래대로 돌리는 건 안 된다는 걸 지난 방학에 배웠다. 개학 전날 일찍 재우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아이는 말똥말똥했고, 결국 첫 등교 날 좀비처럼 학교에 갔다.
그래서 이번엔 달력을 보고 개학 열흘쯤 전부터 시작했다. 방법은 단순하다. 기상 시간을 매일 15분에서 30분씩 조금씩만 앞당기는 것. 어제 아홉 시에 깨웠으면 오늘은 여덟 시 사십 분, 이런 식으로. 미국소아과학회 계열 자료를 봐도 개학 열흘 전쯤부터 기상 시간을 조금씩 당기라고 하는데, 갑자기 확 바꾸면 생체 시계가 못 따라온다는 거였다. 읽고 나서야 왜 매번 개학 전날 재우기 작전이 실패했는지 알았다.
취침도 똑같이 조금씩 당겼다. 대신 저녁에 억지로 눈 감으라고 하는 대신, 낮에 좀 걷게 하고 저녁 먹고 나면 자연스럽게 졸리게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커튼부터 걷어서 빛을 봤다. 아침 빛을 쬐는 게 몸을 앞으로 당기는 데 도움이 된다길래 반신반의하며 해봤는데, 며칠 하니까 확실히 저녁에 일찍 눈이 감기더라.
밤마다 붙잡던 화면, 이게 진짜 원인이었나
여기서 나는 아이 탓만 하고 있었다는 걸 인정해야겠다. 아이가 늦게 잔다고 답답해했는데, 정작 침대에서 태블릿을 마지막까지 쥐게 놔둔 건 나였다.
블루라이트가 어쩌고 하는 얘기는 많이 들었다. 그런데 자료를 더 찾아보니 꼭 화면 빛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뉴질랜드에서 열한 살에서 열네 살 아이들을 살펴본 연구에서는 그냥 잠드는 시간이 뒤로 밀리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일 수 있다고 하더라. 아니, 정확히는 둘 다인데, 우리 집만 놓고 보면 후자가 훨씬 컸다. 화면을 붙잡고 있느라 잘 시간이 통째로 밀렸던 거니까. 연구팀도 잠자리 들기 전엔 써도 침대 안에서는 못 쓰게 하는 게 낫다고 짚었다.
그래서 규칙을 하나 만들었다. 취침 한 시간 전엔 화면을 다 끄기. 침대에는 태블릿을 아예 안 가져가기. 처음엔 아이가 툴툴댔지만, 대신 그 시간에 같이 책을 좀 읽거나 다음 날 준비물을 챙겨봤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문제는 결국 언제 사줄지, 얼마나 쥐여줄지의 오래된 고민과 이어지는데, 그건 스마트폰을 언제 사줄지 세어보다 멈췄던 이야기에 따로 적어뒀다.

공부는 많이 말고, 짧게 다시 붙이는 걸로
리듬을 되돌리면서 공부도 같이 몰아붙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방학 동안 손 놓은 게 걸려서. 그런데 그러다 아침 기상이랑 공부를 한꺼번에 조이면 아이도 나도 나가떨어진다는 걸 안다.
교사들 조언을 봐도 개학 전 공부의 핵심은 양이 아니라 책 읽기랑 짧은 복습 습관을 다시 붙이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하루에 딱 이십 분, 어제 배운 것 훑고 책 몇 장 읽는 정도로만 다시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머리가 맑을 때 그 짧은 걸 끼워 넣으니 오히려 실랑이가 적었다. 개학증후군이라는 것도 사실 대단한 게 아니라, 이렇게 무너진 리듬이 학교 시간표랑 안 맞아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더라. 많은 아이가 겪고 며칠 지나면 대개 가라앉는다니, 그 말에 나부터 어깨에 힘이 좀 빠졌다.
완벽하게 원래대로 돌아왔냐면 그건 아니다. 아직도 어떤 날은 알람이 세 번 울린다. 그래도 개학 첫날 좀비처럼 보내지는 않겠구나 싶은 정도는 됐다.
까짓 거, 하루 15분이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