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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받아쓰기, 매일 시켰는데도 안 늘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슬기로운 초등교육

1학년 1학기 내내 매일 받아쓰기를 시켰다. 열 문제 중에 늘 두세 개는 틀렸다.

그러다 2학년이 되고 3학년이 됐는데도 비슷한 자리에서 자꾸 틀렸다. 받침 있는 글자, 된소리 나는 글자. 매번 그 근처였다.

이상하잖아. 매일 했는데 왜 안 늘지.

초등 받아쓰기, 매일 했는데 왜 안 늘었을까

처음엔 그냥 연습량이 부족한가 싶었다. 그래서 한 번 할 거 두 번 하고, 틀린 단어는 공책 한 줄 가득 베껴 쓰게 했다.

근데 그게 문제였더라.

찾아보니 받아쓰기는 단순 암기가 아니라 음운 인식과 맞춤법 규칙 이해가 같이 작동해야 되는 작업이라고 한다. 소리를 정확히 듣고, 그 소리를 음소 단위로 쪼개고, 각 음소에 맞는 글자를 찾아내는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거다. 이 중 하나라도 비어 있으면 점수가 안 오른다는 게 학술 연구 결과였다.

읽고 나서야 알았는데, 아이는 그냥 “들은 소리를 그대로 받아 적는” 습관만 반복하고 있었던 거다. 소리와 글자가 다르게 대응하는 구간 — 받침이 다음 글자로 넘어가 들리거나, 평음이 된소리로 들리는 그 구간 — 에서 왜 다르게 써야 하는지 원리를 이해할 기회가 없었던 거고.

베껴 쓰기를 그렇게 많이 시켰는데, 정작 그게 핵심이 아니었다는 게 좀 허탈했다.

받아쓰기가 작동하

그래서 더 찾아봤다. 그럼 정확히 어디서 막히는 건데.

1학년 받아쓰기 발달을 5개월간 추적한 연구를 보면, 같은 아이들이 처음엔 15개 단어 중 평균 7.4개를 맞히다가(정확률 49%) 5개월 뒤에는 평균 10.7개(정확률 71%)로 올라간 것으로 확인된다. 그런데 이 향상은 모든 단어에서 똑같이 일어난 게 아니었다.

소리 나는 대로 쓰면 맞는 단어(규칙적인 단어)는 정확률이 높았는데, 소리 나는 대로 쓰면 틀리는 단어(불규칙한 단어)는 정확률이 뚜렷하게 낮았다는 거다. 오류율이 높았던 순서는 구개음화, 연음화, 경음화, 유음화, 비음화, 겹받침, 기식음화였다.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아픈 단어들인데, 풀어보면 별거 아니다.

‘꽃이’를 소리 나는 대로 쓰면 ‘꼬치’가 된다. ‘닭이’를 소리 나는 대로 쓰면 ‘달기’가 된다. 들리는 소리와 실제로 써야 하는 글자가 다른 거다.

아이한테 처음 이걸 설명했을 때 “왜 소리랑 다르게 써?”라고 되묻더라. 그 질문이 맞는 질문이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꿔봤다

소리 내어 읽기부터 다시 시작했다.

곧바로 받아쓰게 하지 않고 먼저 단어를 천천히 따라 말해보게 했다. “몇 개의 소리로 들리니?” 물어보고, 그다음에 쓰게 하는 순서로.

가이드에 따르면 음운인식 지도는 자모 글자를 배우는 시기와 병행하는 게 좋고, 한 번에 길게 하기보다 하루 10~15분씩 짧고 자주 하는 게 더 효과적이란다.

틀린 단어를 복습하

받침이랑 된소리 규칙은 그냥 직접 짚어줬다. “꽃이라고 쓰는데 ‘꼬치’라고 읽혀, 신기하지?” 이런 식으로 비교해서 보여주니까 아이가 재미있어하더라.

규칙을 외우라고 한 게 아니라 소리와 글자가 다르게 노는 걸 같이 구경하는 느낌으로 접근했더니 반응이 달랐다.

틀린 단어는 다 다시 베껴 쓰게 하지 않았다. 틀린 단어 3~5개만 골라서 ① 큰 글씨로 다시 써보기 ② 소리 내어 읽기 ③ 하루 뒤에 다시 시험처럼 받아써보기, 이 세 단계만 반복했다.

이미 맞춘 단어를 또 베껴 쓰는 건 시간 낭비였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예전에 오답노트도 그냥 베껴 쓰기만 하다가 시간만 날렸던 적이 있는데, 받아쓰기도 똑같았다. 틀린 걸 왜 틀렸는지 패턴으로 묶어서 봐야 의미가 있는 거였다.

그런데 진짜 안 느는 건 따로 있더라

여기까지 하고 나니까 좀 나아지는 게 보였다.

근데 아니다. 정확히는, “안 늘어서” 답답했던 게 아니라 “왜 안 느는지 몰라서” 답답했던 거였다. 원인을 알고 나니까 답답함 자체가 좀 줄었다.

받아쓰기를 너무 부담스럽게 받아들이면 국어 활동 자체에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더라. 아이 수준보다 어려운 단어를 자꾸 받아쓰게 해서 흥미를 떨어뜨리면 안 된다는 거다.

그러고 보니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1학년 한글 교육에 34시간을 배정하고, 한글 해득 수준에 따른 맞춤형 교육과 놀이 연계 학습을 도입했다는 걸 알게 됐다. 학교에서도 본격적인 교과 학습 전에 한글 격차를 줄이려는 흐름이 있다는 뜻이다.

교육부가 보급한 한글 또박또박이라는 진단 도구도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글자-소리 대응, 단어 읽기, 쓰기를 5분 만에 진단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는데, 학교에서 이런 걸 쓰고 있었구나 싶었다.

받아쓰기 음운 현상 비교

그래서 지금은

여전히 다 맞히진 못한다.

근데 이제는 어디서 막히는지가 보인다. 받침인지, 된소리인지, 연음인지.

막막했던 게 사라진 건 아니지만 적어도 뭘 봐야 하는지는 알게 됐으니, 오늘도 틀린 단어 몇 개 골라서 다시 읽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