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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집중력, 책상 앞이 아니라 전날 밤에서 갈렸다

슬기로운 초등교육

열한 시 십이 분. 아이 방 불을 끄고 나오다가 거실 시계 숫자에 잠깐 멈췄다. 어제도 이 시간이었나. 그제도 그랬던 것 같은데. 초등 집중력이 안 붙는다고 몇 달을 책상 앞에서만 씨름했으면서, 정작 그 앞 시간은 한 번도 안 세어봤다.

쓰고 보니 그것도 좀 다르다. 안 본 게 아니라, 늦게 자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게 다음 날 문제집이랑 한 줄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못 했던 거다. 늦잠은 늦잠 문제, 딴짓은 딴짓 문제. 그렇게 따로 놓고 봤다.

타이머를 바꿔봐도 안 되던 날들

지난여름에 방식을 한 번 바꿨었다. 사십 분을 통으로 앉히는 대신 십 분씩 끊어서 시키는 쪽으로. 그건 확실히 효과가 있었고, 그때 기록은 오래 앉히려던 게 문제였던 이야기에 따로 적어뒀다.

그런데 그렇게 바꾸고도 유난히 안 되는 날이 있었다. 같은 십 분인데 어떤 날은 다섯 문제를 넘기고, 어떤 날은 첫 문제에서부터 연필이 굴러다녔다. 문제집이 어려워서인가 싶어 난이도를 낮춰도 그랬다.

아동 발달 자료를 보면 아이가 한 과제에 붙어 있는 시간은 나이만큼 짧은 게 자연스럽고, 그것도 흥미를 못 느끼는 과제일 때 얘기다. 좋아하는 블록 앞에서는 삼십 분도 거뜬한 그 아이가 맞다. 거기에 배고픔, 피곤함, 그날 몸을 얼마나 움직였는지까지 집중을 흔든다는 설명이 여러 자료에 공통으로 나온다.

그러니까 “우리 아이 집중력”이라는 고정된 숫자가 있는 게 아니었다. 날마다 다른 컨디션이 있을 뿐이지. 이걸 인정하고 나니 아이한테 화낼 일이 한 칸 줄었다.

초등 집중력은 그 전날 밤에서 갈렸다

그래서 일주일 동안 취침 시간만 적어봤다. 대단한 기록도 아니고 냉장고에 붙은 달력에 숫자만 툭툭. 11:10, 10:50, 11:25, 11:40. 적어놓고 보니 내가 생각한 것보다 한참 늦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충분한 수면이 집중력과 행동, 학습과 기억, 감정 조절에 두루 필요하다고 짚는다. 미국수면의학회와 수면재단 권고를 보면 학령기 아이는 하루 아홉 시간에서 열두 시간 정도를 자야 한다.

아홉 시간. 그 숫자를 보고 달력을 다시 봤다. 열한 시 반에 자고 일곱 시에 깨우면 일곱 시간 반이다. 국내 조사에서 초등학생 평일 평균 수면이 여덟 시간 대 중반이라던데, 우리 집은 그 평균에도 못 미치고 있었다.

잠이 부족한 다음 날 문제집을 붙잡고 앉아 있어봐야 서로 힘만 빠진다는 걸, 사실 나도 내 몸으로 알고 있었으면서.

일주일 취침 기록과 권장 수면 시간

폰을 뺏는 게 아니라 재우는 문제였다

그럼 왜 늦게 자느냐. 씻고 나서 십 분만 보겠다던 영상이 삼십 분이 되고, 그러다 열한 시가 되는 흐름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3~9세 유아동의 과의존 위험군이 25.0%다. 스마트폰을 쓰는 어린이 넷 중 하나. 이 숫자를 보고 우리 집도 그 넷 안에 드나 세어보다가, 내가 여태 낮에 몇 시간 봤는지만 셌지 몇 시에 껐는지는 한 번도 안 셌다는 걸 알게 됐다.

학술 쪽 연구를 보면 스마트폰 과의존이 집중을 직접 뺏기도 하지만, 그보다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그 나빠진 잠이 다시 주의력 저하로 이어지는 경로가 크다. 밤에 뺏기는 게 화면 앞 삼십 분이 아니라 그다음 날 아침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자기 한 시간 전에는 폰과 태블릿을 거실 충전기에 두는 걸로 정했다. 아이만 그러면 억울해할 게 뻔해서 내 것도 같이 뒀다. 어른 쪽 이야기는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침실 밖에 뒀던 기록에 더 자세히 남겨뒀는데, 결론은 애나 어른이나 비슷하더라.

앉히기 전에 먼저 뛰게 했더니

방향을 하나 더 반대로 틀었다. 집중이 안 되면 더 앉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앉히기 전에 몸을 쓰게 하는 쪽이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지 문헌고찰을 보면 이십 분 정도의 유산소 운동이 학습 집중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렸고, 특히 등교 전이나 공부 직전에 움직였을 때 효과가 컸다. 규칙적인 운동은 길게 보면 뇌 발달과도 이어진다는 이야기까지 붙는데, 나는 그 긴 이야기보다 “공부 직전”이라는 네 글자에 눈이 갔다.

저녁 먹자마자 책상에 앉히던 걸 그만두고, 단지 한 바퀴를 십오 분쯤 돌고 들어와서 앉히는 걸로 바꿨다. 처음엔 나가는 데만 실랑이가 붙어서 이게 더 손해인가 싶었다. 그런데 며칠 해보니 돌고 들어온 날은 첫 문제까지 가는 시간이 확실히 짧았다. 몸에 남은 에너지를 밖에서 먼저 털고 오는 셈이었다.

물론 매번 되는 건 아니다. 비 오는 날도 있고 나가기 싫다고 드러눕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은 붙잡고 앉히기보다 그냥 접고 일찍 재우는 쪽이 다음 날로 보면 남는 장사였다.

저녁 산책 뒤 책상에 앉히는 순서

완벽하게 지킨 날은 아직 며칠 안 된다. 그래도 어제는 열 시 사십 분에 누웠으니까 사십 분 벌었다.

오늘도 딱 그 정도만 하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