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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사교육비, 남들은 얼마 쓰나 세다가 우리 집 기준을 다시 잡았다

슬기로운 초등교육

카드 명세서를 넘기다 학원비만 형광펜으로 긋듯 눈에 들어온 날이 있었다. 수학, 영어, 태권도, 피아노. 한 줄 한 줄은 다 이유가 있어서 시작했는데, 아래로 쭉 더해놓고 보니 이게 우리 집 초등 사교육비였구나 싶어 잠깐 손이 멈췄다. 많은 건가, 이 정도면 보통인가. 그게 궁금해서 남들은 대체 얼마나 쓰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평균 43만원이라는데 우리 집은 왜 더 나갈까

가장 최근에 나온 국가데이터처·교육부의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를 보면, 초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체 기준 43만 3,000원이다. 처음 이 숫자를 봤을 땐 어라, 우리 집은 이보다 나가는데 싶어 괜히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런데 이 평균에는 사교육을 아예 안 하는 아이들이 0원으로 같이 들어가 있다. 초등 참여율이 84.4%라니, 열에 여덟아홉은 뭐라도 시킨다는 뜻이고 나머지가 평균을 아래로 눌러준 셈이다. 학원 보내는 집만 따로 떼면 51만 2,000원이 기준선이더라. 43만원과 51만원 사이의 그 8만원이, “우리만 많이 쓰나” 싶던 마음의 정체였다.

한 가지 더. 이 조사는 3~5월, 7~9월 지출만 잡는다. 겨울방학 특강이 통째로 빠져 있다는 얘기다. SBS 팩트체크에서도 이 조사 시기의 한계를 짚었는데, 그러니까 연말·겨울에 몰아 쓰는 집이라면 통계보다 체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숫자가 낮게 나왔다고 우리 집 지갑이 가벼운 게 아니었던 거다.

초등 사교육비 평균과 참여학생 기준 차이

과목마다 무게가 다르더라

명세서를 다시 보니 과목별로 금액 차이가 꽤 났다. 조사 결과에서도 과목 사이 우선순위는 비슷하게 나온다. 영어와 수학이 국어보다 지출이 크고, 사회·과학은 그보다 아래에 놓인다. 다만 조사에 나온 과목별 금액은 초·중·고를 다 합친 참여학생 기준이라, 고등학생 단가가 평균을 끌어올린다. 초등만 떼면 그보다 낮게 잡히니 절대 금액보다는 “영어·수학이 큰 축”이라는 순서만 참고하는 게 맞다.

우리 집도 결국 수학이랑 영어에서 제일 많이 나갔다. 근데 초등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게 함정이다. 태권도, 피아노, 수영, 미술 같은 예체능이 한두 개씩 붙으면서 총액이 완성된다. 교과 학원비만 계산기에 두드리다가 예체능 항목 켜니 숫자가 훌쩍 뛰어서, 아 우리 집 초등 사교육비는 국·영·수가 아니라 여기서 갈리는구나 했다.

같은 과목이라도 방식에 따라 지출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도 이번에 다시 봤다. 학원, 개인과외, 소그룹, 인강은 단가 폭이 넓다. 그러니 “이 과목을 시킨다”가 아니라 “이 과목을 어떤 방식으로 시킨다”까지 정해야 지출이 잡힌다. 학원 상담을 다녀보면서 등록 전에 뭘 물어봐야 하는지 정리해뒀던 게 이럴 때 도움이 됐다.

옆집 말고 우리 소득에서 기준을 찾기로 했다

찾다 보니 마음이 제일 놓인 대목은 소득별 격차 부분이었다. 조사에 따르면 월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는 자녀 1인당 66만 2,000원을 쓰고, 300만원 미만 가구는 19만 2,000원 정도다. 같은 초등학생을 두고도 3배 넘게 벌어진다.

이 숫자를 보면서, 그동안 내가 비교하던 대상이 잘못됐다는 걸 알았다. “옆집은 얼마 쓴다더라”의 그 옆집은 우리랑 소득도 다르고 상황도 다른 집이었다. 비교 기준을 옆집이 아니라 우리 소득 구간으로 옮기니까, “우리만 적게 쓰나” “우리만 무리하나” 하던 막연한 불안이 한결 줄었다. 남들 평균이 아니라 우리가 감당 가능한 선이 진짜 기준이었다.

총액도 참여율도 줄었는데 고소득 가구 지출은 오히려 늘었다는 경향신문 보도도 있었다. 쓰는 집은 더 쓰는 쪽으로 벌어지는 중이라는 얘긴데, 이 흐름을 읽고 나니 옆집 따라가기가 얼마나 끝없는 레이스인지 좀 실감이 났다. 어차피 위를 보면 끝이 없다.

소득 구간별 초등 사교육비 격차

그럼 소득의 몇 %가 적정일까 싶어 더 파봤는데, 공식 권장 비율 같은 건 없더라. 사교육-엥겔지수라고 가계소득 대비 사교육비 비중이 4%대에서 몇 년째 유지된다는 지표가 있긴 한데, 이건 안 쓰는 집까지 포함한 전체 평균이라 학원 보내는 집 체감과는 또 다르다. 그러니 이걸 “우리 집도 4%”라고 대입할 수는 없다.

정답 비율이 없으니 대신 순서를 바꿨다. 과목을 먼저 늘려놓고 총액이 얼마인지 나중에 확인하던 방식에서, 우리가 감당할 총액 상한선을 먼저 정하고 그 안에서 과목과 방식을 채우는 쪽으로. 상한선이라는 울타리가 하나 생기니까 새 학원 전단을 봐도 예전만큼 흔들리지 않았다.

솔직히 처음엔 이런 계산이 좀 야박한가 싶었다. 아이 교육에 상한선을 긋는다는 게. 아니, 반대였다. 상한선이 있으니까 그 안에서는 마음 편히 쓸 수 있었다. 없을 때가 오히려 매달 명세서를 보며 이래도 되나 저래도 되나 마음이 오락가락했던 거였다. 초등 때 이렇게 기준을 잡아두면, 지출이 더 커지는 중·고등 때도 덜 휘둘릴 것 같다.

명세서는 다음 달에도 또 날아온다. 이번엔 형광펜 대신 미리 정해둔 상한선 옆에 나란히 놓고 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