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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독서논술 학원, 시켜야 하나 고민하다 정한 기준

슬기로운 초등교육

가방 정리하다 구겨진 종이 한 장이 나왔다. 동네 독서논술 학원 안내문이었다. 필독서 목록에 토의·토론, 발표, 첨삭까지 줄줄이 적혀 있는 걸 보다가 문득 멈췄다. 우리 아이, 이걸 시켜야 하는 걸까.

책은 나름 읽는다. 그런데 무슨 내용이었냐 물으면 대답이 짧다. 글쓰기는 두어 줄 쓰다가 연필을 놓는다. 그러니 독서논술 학원이라는 단어가 딱 걸리는 거다. 읽기, 생각하기, 쓰기를 한 번에 잡아준다는데. 안내문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며칠을 미뤘다.

안내문에 적힌 게 진짜 그 값을 하나

독서논술이라는 게 뭘 하는 건지부터 다시 봤다.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공통으로 내세우는 건 대체로 다섯 가지더라. 지정 도서 읽고 내용 이해하기, 주제와 연결된 어휘·배경지식 넓히기, 같은 책 읽은 또래끼리 토론하기, 감상문·건의문·편지 같은 여러 글 써보기, 그리고 발표까지. 읽기에서 쓰기, 발표로 이어지는 통합 활동으로 마무리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한우리독서토론논술 같은 데를 보면 “읽기-듣기-말하기-쓰기-생각하기” 다섯 영역을 고루 쓴다는 걸 내세우고, 보통 주 1회 월 4차시에 매달 새 교재를 준다. 안내문에 적힌 그 화려한 목록이 대충 이런 구성이었구나 싶었다.

값은 얼마쯤 하나 싶어 통계부터 찾아봤다. 정확한 학원별 수강료는 지점마다 달라서 하나로 못 박기가 어렵더라. 대신 국가데이터처와 교육부의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를 보면 초등 국어 과목 월평균 사교육비가 18만 5천 원으로 나온다. 다만 이건 독해·문법·논술을 다 포함한 국어 전체 수치지, 독서논술 학원비만 뽑은 게 아니라는 걸 짚어둬야겠다. 그러니 안내문 하나 들고 “이 정도면 적당한가”를 이 숫자로 판단할 수는 없었다.

독서논술 수업의 네 가지 활동

보내면 좋다는데, 왜 자꾸 망설여졌나

장점은 분명히 있다. 집에서는 자꾸 미루는 읽기와 쓰기를 정해진 시간에 하게 되고, 같은 책 읽은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혼자 읽기로는 얻기 힘든 관점을 넓힌다는 거다. 쓴 글에 개별 첨삭을 받는 것도 그렇고. 이 또래 토론 부분은 나도 집에서 도저히 못 만들어주는 거라 솔직히 끌렸다.

그런데 후기를 읽다 보니 반대쪽 이야기도 만만치 않게 걸렸다. “학원 보냈더니 집에서 책을 아예 안 읽는다”는 후기가 흔하더라. 분석적 읽기와 독후감·요약을 압박하면 아이가 책을 재미가 아니라 피곤한 학습 교재로 인식하게 될 수 있다는 거다. 숙제에 쫓겨 내용을 음미하지 못하고 활자만 훑는 겉핥기 독서도 생기고. 어떤 관점은 본격적인 쓰기 스킬은 나중에 집중해도 늦지 않으니, 초등 시기엔 읽기·토론·생각 나누기가 더 중요하다고 봤다.

여기서 처음 생각을 좀 접었다. 나는 이 고민을 “보내면 좋아지고 안 보내면 뒤처진다”는 문제로 놓고 있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그게 아니었다. 잘 맞으면 강제성과 토론이 도움이 되지만, 안 맞으면 있던 독서 습관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 방향이 양쪽으로 다 열린 문제였다. 부모가 만족하는 것과 아이가 만족하는 게 다를 수 있다는 후기가 유독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학원 안내문 대신 아이를 먼저 봤다

한국교육개발원 자료를 찾아보다 방향이 좀 잡혔다. KEDI 교육정책 웹진은 문해력의 열쇠로 사교육이 아니라 독서 습관과 바른 언어 사용을 꼽는다. 문해력 격차는 초등 1학년부터 존재하는데, 그게 학원이 아니라 상당 부분 가정의 대화·독서 환경에서 형성된다는 지적이었다. 읽고 나서야, 내가 봐야 할 게 학원 커리큘럼이 아니라 우리 집 상황이라는 게 정리됐다.

그래서 안내문을 서랍에 넣고 아이 쪽을 며칠 지켜봤다. 강요 없이 책을 스스로 펴는가. 몇 줄 쓰는 것에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가. 우리 집에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여력이 있는가. 그리고 그 여력을 내가 계속 낼 수 있는가. 이 네 가지를 놓고 보니, 우리 아이는 읽기 습관은 있는데 쓰기 거부감이 크고, 나는 매일 붙어 봐줄 시간이 빠듯한 쪽이었다.

혹시 보낸다면 뭘 확인할지도 적어뒀다. 반 정원이 너무 많지 않은지, 첨삭이 도장만 찍는 게 아니라 실제 개별 피드백인지, 읽기·토론 없이 쓰기 스킬만 반복하는 곳은 아닌지. 무엇보다 체험 수업 뒤 아이가 힘들어하는지 재미있어하는지. 부모 만족과 아이 만족은 다르다는 그 문장을 표시해뒀다.

학원 보내기 전 확인할 네 가지

참, 서술형·논술형 평가 이야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서·논술형 평가가 명시적으로 확대되는 건 중학교부터이고, 초등은 놀이 연계와 과정 중심 평가 강조 쪽이 정확한 표현이더라. 초등에서 당장 급증한 게 아니라 대비의 방향성 정도라는 걸 알고 나니, 안내문에 쫓겨 서두를 이유는 좀 줄었다. 이 흐름이 걸린다면 초등 문해력, 책 읽히는 것만으론 부족하다는 걸 3학년 되어서야 알았다 쪽도 같이 두고 보는 게 낫겠다 싶었다.

우리 집은 일단 보류다. 쓰기 거부감이 먼저라 학원 숙제로 눌렀다간 있던 읽기 습관까지 흔들릴 것 같아서. 대신 수준 낮춘 책으로 완독의 재미부터 다시 주기로 했다. 이게 맞는 판단인지는 몇 달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안내문 앞에서 막연히 흔들리던 것보단 나아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