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4세 고시, 7세 고시 — 나도 흔들렸다

슬기로운 초등교육

4세 고시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응? 했다.

4세가 고시를 본다고? 세는나이로 4세, 그러니까 만 3세짜리 아이가 레벨테스트를 받는다는 얘기다. 영어유치원 입학을 위해서. 그 자리에 들어가려면 미리 준비를 해야 하니까 사실상 더 어릴 때부터 준비를 시작하는 흐름이 생겼다는 것까지.

7세 고시는 또 뭔가 싶어서 더 찾아봤다. 초등학교 입학 직전 해, 만 6세 아이들이 대치동 유명 영어학원에 들어가려고 치르는 레벨테스트다. 리딩, 라이팅, 그래머, 보카에 영어 인터뷰까지. 미국 초등 5학년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다더라.

근데.

내 아이는 지금 초등 3학년이다. 그 과정을 그냥 지나왔다. 아니, 그때는 이런 이름이 있는지도 몰랐다. 알았다면 어떻게 했을까. 솔직히 조금 흔들렸을 것 같기도 하다.

4세 고시와 7세 고시

“남들 다 보내는데”가 시작이더라

조기 사교육 얘기는 항상 이 문장에서 출발한다.

“남들 다 보내는데 안 보내면 우리 아이만 뒤처질 것 같아서.”

나도 그 감각을 안다. 맘카페를 좀 들여다보면 금방 그 공기가 전해져 온다. 레벨테스트 신청일에는 인터넷이 마비될 정도고, 신청 대리 알바가 생겨날 만큼 경쟁이 과열되어 있다는 얘기도 있다.

2025년에 정부가 처음으로 영유아 사교육비를 조사한 결과를 냈는데, 6세 미만 영유아의 사교육 참여율이 47.6%였다. 2명 중 1명꼴이다. 5세로 좁히면 참여율이 81.2%까지 올라간다. 영어유치원 월평균 비용은 154만원 수준이고, 서울 기준 최고가는 265만원이라고 했다.

참, 영어유치원 수는 2018년 562곳에서 2024년 820곳으로 늘었다.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를 찍고 있는 시기에.

그 수치들을 보면서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히 아이는 줄고 있는데 시장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게. “한 아이에게 더 쓴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만큼 불안이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싶었다.

영어유치원 비용과 참여율 현황 (2025년 기준)

금지법이 생겼는데 오히려 더 앞당겨지는 중

2025년 3월, 국회에서 유아 대상 레벨테스트·선발시험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만 3세~초등 취학 전 유아를 대상으로 학원이 시험을 보는 걸 막는 내용이다. 9월부터 시행 예정이라고 했다.

법안에 반대 의견이 1만 건 넘게 몰렸다고 하는데, 반대 논리 중 하나가 의외였다.

“진짜 유학 보낼 능력 없는 서민에게는 국내 영어유치원이 유일한 대안인데 이걸 막으면 격차만 벌어진다.”

이 논리에 꽤 오래 생각했다. 틀린 말이 아닌 것도 같고, 그렇다고 그게 이 경쟁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되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그리고 실제로 벌어진 일은. 일부 영어유치원이 자체 레벨테스트 대신 토플·토익 성적 제출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전형을 바꿨다. 더 큰 부담이 됐다. 18개월부터 다닐 수 있는 준비반 출신만 뽑는 식으로 전환한 곳도 있다고 했다. 사교육 시작 시점이 오히려 더 앞당겨지는 역효과.

금지했더니 더 이른 나이로 내려가고, 더 비싼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조기 영어 사교육 연구 결과 — 스트레스·갈등 데이터

연구 결과가 말하는 것

정부가 처음으로 영어유치원 조기 사교육 부작용을 정책연구로 조사한 결과가 2025년에 나왔다.

응답한 학부모 중 26.7%가 자녀가 영어 사교육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했고, 34.3%는 자녀와 영어 사교육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일부 아동에서는 트라우마 증세까지 확인됐다고 한다.

언어발달 전문가들 말로는, 영어가 일상인 환경이 아닌 이상 조기 시작 시기가 결과에 큰 차이를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모국어도 소화하기 어려운 시기에 외국어가 들어오면 스트레스가 될 확률이 높고, 적어도 초등학교 진학 후가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그걸 읽으면서, 그렇군 싶었다. 아이가 그 시기에 더 필요한 게 뭔지 생각해보면, 영어보다 앞서는 것들이 있겠다는 게 어렴풋이 느껴졌다. 정서, 사회성, 그냥 마음껏 뛰어노는 시간 같은 것들.

그렇다고 다 보내는 집들이 다 틀린 것도 아니다. 각자 상황이 다르고, 아이도 다르니까. 나는 그 선택을 뭐라 할 처지가 아니다.

완벽한 정답은 없다는 게 사실 제일 막막하다

결국 여기까지 왔다.

정답을 찾으려고 찾아봤는데, 결론이 “각자 다르다”라는 거다. 아이마다 다르고, 가정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다.

어쩌면 그게 맞는 말이긴 한데, 그래서 더 막막한 게 사실이기도 하다.

나는 지금 아이를 초등 3학년까지 키우면서 돌아보면, 그 시기에 내가 결정한 것들 중에 맞았던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지금에야 아는 것들이 있다. 근데 그걸 미리 알았어도 얼마나 달랐을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 아이를 가장 잘 아는 건 나다.

그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

우리 아이를 가장 잘 아는 건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