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동네 학원가에 국어·독서논술 학원이 부쩍 눈에 띄기 시작했다.
수학 학원, 영어 학원 사이에 독서논술 공부방이 생기고, 얼마 뒤엔 ‘문해력 집중 과정’이라는 현수막도 붙었다. 그걸 볼 때마다 생각했다. 우리 아이도 보내야 하나.

문해력 학원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
교원 5,848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교총 조사에서 교사 10명 중 9명이 학생 문해력이 “저하됐다”고 답했다는 뉴스를 봤다.
‘이부자리’가 뭔지 모른다는 아이, ‘심심한 사과’를 “지루하고 따분한 사과”로 읽었다는 아이 이야기가 온라인에서 돌았다. 웃긴 것도 잠깐, 막상 우리 아이한테 물어보면 어떨까 싶어서 선뜻 묻지 못하기도 했다.
원인으로 교사들이 가장 많이 꼽은 게 스마트폰 등 디지털 매체 과사용(36.5%)이었다. 유튜브 쇼츠, 게임, 메시지. 눈으로 글자를 따라가는 시간보다 짧은 영상과 이미지에 익숙해진 시간이 훨씬 길다. 그게 쌓이면 글을 읽고 이해하는 근육이 약해진다는 거고.
그러다 보니 독서·논술·비문학 수업을 중심으로 하는 학원이 빠르게 늘었다. 올해 5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발표한 ‘2026 사교육 실태 백서’는 이 흐름을 “더 어릴 때부터, 더 세분화된 서비스로, 더 비싸게”라는 말로 정리했다. 사교육이 영어에서 수학으로, 이제는 문해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문해력 학원, 어떤 종류가 있나
막상 알아보면 ‘문해력 학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들이 다 같은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우리 동네만 해도 비슷해 보이는 간판이 세 개인데, 들어가보면 커리큘럼이 전혀 달랐다.
크게 세 가지 유형이다.
| 유형 | 주요 내용 | 대상 |
|---|---|---|
| 독서논술 학원·공부방 | 책 읽기 → 토의·토론 → 글쓰기 루틴 | 초등 전 학년 |
| 국어독해·비문학 전문 학원 | 비문학 텍스트 읽기, 수능 대비식 문제 풀이 | 주로 초등 4학년 이상 |
| 소규모 독서·어휘 교습소 | 1:소수 수업, 읽기 어려움 있는 저학년 중심 | 초등 저학년 |
한우리독서논술이나 해법독서논술 같은 프랜차이즈 독서논술 공부방은 월 12만~15만원 선이다. 교재비가 별도고,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국어독해·비문학 전문 학원은 수능 국어를 먼저 내다보는 구조라 초등 단계에서는 문제 풀이 훈련이 중심이다. 이쪽은 단가도 좀 더 높은 편.

보내면 효과가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의견이 엇갈린다.
아이 담임 선생님한테 슬쩍 물어봤더니 “책을 꾸준히 읽히는 게 먼저”라는 말씀을 하셨다. 학원이 아예 없어도 된다는 건 아니었지만, 순서가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23년 차 국어교사 배혜림 작가는 오마이뉴스 인터뷰(2025년 10월)에서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 사교육을 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꾸준한 독서 활동, ‘독서-독해-글쓰기’ 루틴, 학교 수업의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면 충분하다는 거다.
근데 이게 말은 쉽고 실천이 어렵다.
집에서 매일 책 읽히고 글 쓰게 하고 대화 나누는 게, 의지도 있고 시간도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현실에서는 학원이 그 루틴을 대신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단순히 독해 문제 풀이만 시키는 곳보다는, 토론·발표·글쓰기가 묶인 수업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현장 의견도 있다. 다만 최소 3개월에서 1년은 꾸준히 다녀야 효과가 보인다고.
아이마다 다르다는 말이 진부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다.
집에서 책을 잘 읽는 아이라면 굳이 학원이 아니어도 된다. 반면 책 읽히기도 힘들고 쓰기는 더 싫어한다면, 외부에서 누군가가 일정 구조를 잡아주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
학원 보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얘기하는 것들이다.
소리 내서 읽기: 눈으로만 따라가는 습관을 깨는 데 효과적이다. 짧은 지문을 소리 내 읽고 내용을 간단히 이야기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달라진다.
읽고 난 뒤 대화: 책 줄거리를 요약하라는 게 아니다. “이 장면에서 주인공은 왜 그랬을까?” 같은 질문 하나면 충분하다. 부모가 먼저 자기 생각을 말해도 된다.
짧은 글쓰기 루틴: 일기든 독후감이든 한 문장 요약이든, 매일 조금씩 쓰는 게 쌓이면 다르다. 분량보다 꾸준함이다.
비문학 텍스트 접하기: 신문 기사, 설명서, 안내문. 글의 형식이 다양할수록 글 읽는 근육이 고르게 붙는다.
어쨌든 나도 아직 어느 쪽이 맞는 건지 모르겠다.
우리 아이는 책 읽기 자체는 싫어하지 않는데, 읽고 나서 뭘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고만 한다. 그게 문해력 문제인지, 그냥 표현이 서툰 건지, 아직 판단이 안 선다.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일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