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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사교육비 10년 새 74% 늘었다는데, 우리 집은 왜 더 늘어난 기분일까

슬기로운 초등교육

초등 사교육비가 10년 새 74% 늘었다는 기사를 봤다.

근데 이상하다. 우리 집 학원비는 늘어도 너무 늘었는데, 정작 최근 발표된 통계는 작년보다 줄었다고 한다.

뭐가 맞는 거지.

초중고 전체 60

74%라는 숫자, 정확히는 이거였다

기사 제목만 보면 “10년 새 74% 폭증”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숫자가 하나가 아니었다.

전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014년 18조2297억원에서 2024년 29조1919억원으로 60.1% 늘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익히 듣던 숫자다.

그런데 초등학교만 따로 떼어보면 다르다. 초등 사교육비 총액은 같은 기간 74.1% 늘었다. 중학교 40.7%, 고등학교 60.5%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증가율이다.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학령인구가 줄어드는데도 초등 사교육비만 유독 가파르게 늘어난 게 이번 조사의 핵심이다.

읽다 보니 더 헷갈리는 숫자가 하나 더 있었다. 1인당으로 따지면 초등학생 월평균 사교육비는 23만2000원(2014년)에서 44만2000원(2024년)으로 90.5% 늘었다는 것. 총액 증가율(74.1%)보다 1인당 증가율(90.5%)이 더 크다.

그러니까 학생 수는 줄었는데 한 명한테 들어가는 돈은 그보다 훨씬 빠르게 늘었다는 뜻이다. 줄어든 학생 수를 1인당 지출 증가가 압도해버린 거다. 이걸 보고 나서야 “어쩐지 우리 학원비가 이상하게 빠르게 늘었더라”는 감이 숫자로 설명이 됐다.

그런데 최근 발표는 줄었다고 한다

여기서 또 헷갈리는 게 생겼다.

2026년 3월 발표된 가장 최신 조사(2025년 기준)에서는 사교육비 총액이 27조5000억원으로 전년대비 5.7% 줄었다고 나온다. 5년 만의 감소 전환이라고 한다. 사교육 참여율도 75.7%로 4.3%p 줄었다.

어, 그럼 다행인 건가 싶었다.

아니었다. 같은 발표 안에 다른 숫자가 같이 들어 있었다. 사교육에 실제로 참여한 학생만 놓고 보면 1인당 월평균 지출이 60만4000원으로, 오히려 전년보다 2.0% 늘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정책브리핑)를 직접 찾아보고서야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총액이 줄어든 건 사교육을 그만둔 가구가 늘어서다. 근데 계속 다니는 집은 더 많이 쓴다. 줄인 사람과 더 쓰는 사람이 동시에 늘면서 평균만 내려간 거였다.

2025년 사교육비 총액 5

저소득층이 먼저 손을 놓고 있었다

더 마음에 걸리는 숫자는 따로 있었다.

저소득층의 사교육 참여율 감소폭은 5.3%포인트였다. 고소득층 감소폭은 2.6%포인트였다. 두 배 넘게 차이가 난다.

총액 감소 발표 직후 나온 칼럼들 분위기도 비슷했다. 교육플러스는 “사교육비 27조 시대의 역설 — 총액은 줄었지만 교육격차는 더 커졌다”는 제목을 달았다.

그러니까. 형편이 어려운 집은 사교육을 줄이거나 그만두고, 형편이 되는 집은 계속 쓰거나 더 쓴다는 거다. 총액 그래프만 보면 진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의 간격은 점점 벌어지고 있었다.

이걸 보면서 처음엔 안도했다가, 끝까지 읽고 나서는 오히려 더 답답해졌다. 줄었다는 숫자가 좋은 소식이 아니었던 거다.

우리 집은 왜 더 늘어난 기분이었나

생각해보니 답은 단순했다. 우리 집은 줄인 쪽이 아니라 계속 다니는 쪽이었던 거다.

아이 학원을 정리한 적이 없다. 오히려 작년보다 한 과목 더 늘었다. 그러니 전체 평균이 줄었다는 뉴스를 봐도 와닿지 않았던 거고, 내 체감만 놓고 보면 그 60만4000원 쪽 그래프에 가까웠던 거다.

여기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올해 5월 발표한 ‘2026 사교육 실태 백서’ 얘기도 눈에 들어왔다. 저연령화, 서비스 세분화, 고액화라는 세 가지 흐름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고 짚었다. “초등 의대반”, “4세 고시”, “수능 모의고사 PDF방” 같은 신조어가 실제 현장 키워드로 쓰인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경향신문 관련 기사를 보고서야 우리 동네 학원 분위기가 왜 점점 더 빡빡해지는 느낌이었는지 이해가 갔다.

의대 열풍도 한몫한다고 한다. 고3 학생 수는 줄었는데 의대 합격선은 오히려 올랐다는 분석이 여럿이었다. 학생은 줄어도 상위권 경쟁은 식지 않는다는 거다.

초등 사교육비 변화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솔직히 말하면 통계를 다 찾아봐도 “이렇게 하면 줄일 수 있다”는 확실한 답은 없었다. 사교육비를 공식적으로 줄여주는 정부 가이드 같은 것도 찾아보니 딱히 없었다.

대신 통상적으로 많이 권하는 방법 정도는 정리해볼 수 있었다.

사교육비 전용 통장을 따로 만들어 예산을 미리 분리해두는 것, 분기마다 아이 성적과 학습 태도를 점검해 효과가 낮은 과목을 정리하는 것, 기초 개념은 그룹 수업으로 두고 약점 보완만 개인지도로 바꾸는 것. 최근 카드 명세서를 분석해서 학원비·교재비·체험활동비가 어디로 새는지 직접 들여다보는 것도 있었다.

이 중에 우리 집이 실제로 해본 건 카드 명세서 들여다보기뿐이다. 해보니 생각보다 교재비가 컸다. 학원비보다 부수적으로 따라붙는 비용이 의외로 많았다.

나머지는 아직 못 해봤다. 분기별 점검도, 그룹 수업과 개인지도를 나누는 것도 막상 하려니 손이 안 갔다. 머리로는 맞는 말인데 실천이 다른 문제더라.

다만 정부의 교육비 지원 제도는 따로 챙겨볼 만했다. 교육급여나 예체능 학원비 세액공제처럼 사교육비를 줄이는 것과는 별개로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은 따로 있으니, 그건 그것대로 챙겨두는 게 맞겠다 싶었다.

총액이 줄었다는 뉴스에 잠깐 안심했다가, 자세히 보고 나니 우리 집 체감이 틀린 게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괜찮다. 평균이 어떻게 움직이든 결국 내 집 사정에 맞게 가는 수밖에 없으니까.

오늘도 학원 데려다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