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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학원 개수, 몇 개까지가 적당한지 세어보다가

슬기로운 초등교육

“엄마, 오늘은 학원 몇 개야?”

저녁 먹다 아이가 툭 던진 말이었다. 며칠이야, 도 아니고 몇 개냐고. 그 말이 이상하게 걸렸다. 요일마다 다르니까 아이도 헷갈렸겠지. 그래서 냉장고에 붙여둔 시간표를 손으로 짚어가며 세어봤다. 태권도, 영어, 피아노, 여기에 이번 달부터 수학 하나 더. 손가락 네 개가 접혔다. 초등 학원 개수를 이렇게 손으로 세어본 게 처음이었다.

세고 나니까 좀 멍했다. 하나씩 보낼 땐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는데, 모아놓고 보니 이게 많은 건가 적당한 건가 감이 안 왔다.

하나 더 보낼까, 하나 뺄까 사이에서

솔직히 나는 늘 ‘하나 더’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옆 반 엄마가 논술을 시작했다더라, 이런 얘기 들으면 우리 애만 빠지는 것 같아서. 그러다 이번엔 반대로도 생각해봤다. 네 개면 많은 거 아닌가. 하나 뺄까.

근데 이건 절반만 맞는 고민이었다. 개수만 붙들고 있으니까 답이 안 나온 거다. 세 개면 적당하고 다섯 개면 많다, 그런 절대 숫자가 어딘가 있을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그런 건 없었다. 통계청과 교육부가 함께 낸 2024년 사교육비조사를 봐도 초등학생의 87.7%가 학원에 다니고, 주당 평균 7.8시간을 쓴다는 수치는 있지만 ‘한 명당 몇 개’라는 항목 자체가 없더라. 많이들 다닌다는 건 확실한데, 몇 개가 정답이라는 말은 아무도 안 해준다.

그러니까 질문을 바꿔야 했다. 몇 개냐가 아니라, 이 개수가 아이 하루를 어떻게 만들고 있냐를.

초등학생 학원 참여율과 사교육 시간

아이가 밤에 몇 시에 눕는가

이 질문으로 바꾸고 나니까 기준 하나가 딸려 나왔다. 잠이다.

학령기 아동, 그러니까 6~13세는 하루 9~12시간 정도 자는 게 권장된다고 한다. 미국수면의학회나 국립수면재단 같은 데서 그렇게 안내한다더라. 처음엔 이게 학원이랑 무슨 상관인가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직결이었다. 학원이 하나 늘면 귀가가 밀리고, 저녁이 밀리고, 숙제가 밀리고, 결국 눕는 시간이 밀린다. 우리 집도 수학 넣고 나서 취침이 한 시간쯤 뒤로 갔다.

오은영 박사가 쓴 동아일보 칼럼에서 이 흐름을 딱 짚어놓은 걸 봤다. 학원 세 곳을 돌면 오후 7시에 겨우 들어와서, 저녁 먹고 게임 좀 하겠다고 실랑이하다가, 자정 넘겨 눕고, 아침엔 못 일어난다는 것. 읽으면서 좀 뜨끔했다. 순서가 우리랑 너무 똑같아서.

그래서 나는 개수를 세던 손을 내려놓고, 대신 아이가 몇 시에 눕는지를 보기로 했다. 학원 하나 더 넣었을 때 그 시간이 자정으로 밀린다면, 그 하나는 지금은 과한 거다. 개수보다 이게 훨씬 손에 잡히는 기준이었다.

빈 시간이 남아 있느냐

같은 칼럼에서 개수 얘기를 이렇게 정리해뒀더라. 평상시엔 공부 학원 하루 하나, 취미 학원 하루 하나 정도. 더 하고 싶으면 방학을 쓰라고. 초등학생은 학교랑 학원 숙제 합쳐 하루 한 시간 남짓 공부하면 충분하고, 나머지 시간엔 만화책도 보고 뒹굴거리고 방도 좀 정리하면서 지내야 한다는 거였다.

이 대목에서 좀 뜨끔했던 건, 나는 그 ‘뒹굴거리는 시간’을 늘 낭비라고 봤다는 점이다. 저 시간에 학원 하나를 더 넣으면 남는다고 여겼으니까. 근데 그 빈 시간이 있어야 배운 걸 소화하고 스스로 뭘 해볼 힘도 생긴다는 얘기였다. 예전에 방학에 손을 떼봤던 이야기를 쓰면서도 비슷한 걸 느꼈는데, 그때랑 결이 닿아 있었다.

교과만 자꾸 쌓지 말고 몸 쓰는 취미 하나로 균형을 잡으라는 것도. 실제로 초등에선 예체능 참여율이 71.2%로 교과(67.1%)보다 오히려 높다는데, 아이들한테 그 시간이 그만큼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혔다. 우리 집 태권도가 괜히 붙어 있던 게 아니구나 싶었다.

결국 학원 개수를 정하는 건 숫자 놀음이 아니라 이 두 개를 지키는 일이었다. 밤에 제때 눕는가, 낮에 빈 시간이 남는가. 이게 무너지면 그때가 하나 뺄 때고, 이게 지켜지면 지금 개수는 우리 집엔 적당한 거다. 학원을 더 알아보기 전에 집에서 먼저 확인해두면 좋은 기준이나 아이 집중력이 언제 흐트러지는지 앉는 시간을 줄여봤던 기록도 같이 떠올랐다.

학원 개수 대신 볼 취침 시간과 빈 시간

그래서 우리 집 적정 개수가 몇 개냐고 물으면, 아직도 딱 몇 개라고는 못 하겠다. 다만 이제 세는 대상이 바뀌었다. 학원 수가 아니라, 아이가 눕는 시간과 빈 시간. 오늘은 그 두 개가 아슬아슬하게 지켜지고 있으니, 하나 더는 좀 미뤄두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