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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학교 준비, 초등 5~6학년부터 시작해야 하나 알아봤다

슬기로운 초등교육

밥 먹다가 옆 테이블에서 들려온 얘기였다.

“국제중 보내려면 5학년부터는 좀 잡아줘야 한대.”

같이 밥 먹던 사람들끼리 하는 말이었는데, 숟가락 든 손이 잠깐 멈췄다. 국제중이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었다. 들어본 적은 있는데 뭘 어떻게 준비하는 학교인지, 애초에 시험을 보는 학교인지도 몰랐다.

집에 와서 검색창에 “국제중학교”를 쳤다.

국제중, 시험 보는 학교 아니었나

검색해보니 첫 번째로 놀란 게 이거였다. 국제중은 면접도 서류도 없이 추첨으로 뽑는 학교였다.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은 전산 추첨 100%로 신입생을 뽑는다. 서울에 사는 초등학생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고, 별도 서류나 면접 없이 추첨으로만 합격자가 정해진다. 경기 가평의 청심국제중은 좀 다른데, 1단계 전산 추첨 후 2단계 면접을 보는 구조라더라.

원래는 이렇지 않았단다. 2013년 한 재벌가 자녀가 영훈국제중에 부정 입학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서류·면접 중심이던 전형 자체가 추첨제로 바뀐 거다. 비리 사건이 입시 방식까지 바꿔놓은 셈이었다.

그럼 추첨제인데 “5학년부터 준비”라는 말은 대체 뭘 준비하라는 소리였을까.

그럼 뭘 준비한다는 거였나

여기서부터 헷갈리기 시작했다. 시험도 면접도 없는데 준비라는 말이 붙는 게 이상했다.

찾아보다 보니 답은 입학 이후에 있었다. 대원·영훈국제중은 일부 교과목을 제외하면 수업 대부분이 영어로 진행된다. 추첨으로 합격은 했는데 영어 수업을 못 따라가면 그게 진짜 문제가 되는 거다.

실제로 매년 입학생의 약 10% 정도가 영어 적응에 실패해 전학을 간다는 보도가 있었다. 영어 교과 성취도가 B등급 이하인 학생도 약 30%에 달한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좀 멈칫했다. 추첨으로 들어가는 학교인데 영어를 못하면 전학을 가야 한다니. 그러니까 “5학년부터 준비”라는 말은 입시 스펙을 쌓으라는 게 아니라, 합격하고 나서 버틸 수 있는 영어 실력을 미리 만들어두라는 뜻이었던 거다.

준비의 의미가 완전히 다른 거였다.

국제중 입학 과정을 추첨과 영어 수업 두 단계로 나눈

경쟁률이 23대 1이라는데, 숫자만 보면 안 될 것 같았다

2026학년도 대원국제중 경쟁률이 23.55대 1이라는 걸 알게 됐다. 3,768명이 지원해서.

숫자만 보면 일단 숨이 막힌다. 그런데 이 숫자가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한 번 더 들여다봐야 할 것 같았다. 추첨제니까 23.55대 1이라는 건 실력으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순전히 운으로 결정되는 비율이다. 시험 점수로 줄을 세우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서울시 초등 6학년 학생 수의 8.9%가 국제중에 지원했다는 것도 함께 봤다. 영훈국제중 경쟁률은 10.66대 1로 대원보다는 낮았다.

학교 지원자 수 경쟁률
대원국제중 3,768명 23.55대 1
영훈국제중 1,706명 10.66대 1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서울 안에서도 자치구별 중학교 격차 인식이 커지면서 상위권 학생들이 국제중으로 몰리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니까 경쟁률이 오르는 이유가 국제중 자체의 매력 때문만이 아니라, 일반 중학교 사이의 격차 때문이기도 하다는 거다.

숫자 하나로 무서워할 게 아니라 왜 이 숫자가 나왔는지를 봐야 했구나.

학비도 만만치 않다던데, 그래서 더 알아봤다

학비도 궁금했다. 대원국제중은 연간 약 900만 원, 영훈은 연간 약 1,000만 원 수준으로 보도된 적이 있더라. 3년이면 2,700만~3,000만 원 정도다.

연 1,000만 원이라는 숫자를 보고 처음엔 입이 떡 벌어졌는데, 곱씹어보니 일반 학원비를 다 합친 것과 비교하면 또 그렇게 동떨어진 액수는 아니었다. 우리 집도 학원 두세 개 보내면 한 달에 그만큼 나가니까.

그래도 이 돈을 3년 내내 고정으로 지출해야 한다는 건 다른 얘기였다. 학원처럼 한 달씩 끊고 다시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니까.

이 정도 학비를 들이고도 지원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는 게, 그만큼 학비보다 더 끌리는 이유가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 이유가 특목고 연계였다

졸업생들이 어디로 가는지를 보고서야 이유가 좀 이해됐다.

2024년 2월 졸업생 기준으로 대원국제중은 특목고·자사고 합격률 70.9%, 영훈국제중은 58.5%였다고 한다. 국제중 재학생의 내신 A등급(90점 이상) 비율은 60~80%대인데, 일반 중학교는 20~30%대에 그친다. 거의 세 배 차이다.

내신이 좋으면 특목고·자사고 지원할 때 부담이 줄어든다. 이게 국제중을 보내는 핵심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부분이었다. 절대평가 내신 구조 안에서 A등급을 받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환경이라는 거다.

근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또 생겼다. 내신 A등급을 쉽게 받는 환경이라는 게, 정말 학생들이 다 잘하는 건지 아니면 평가 자체가 후한 건지 구분이 안 됐다. 결국 둘 다 어느 정도씩 섞여 있을 거라고 정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발표·토론 중심 수업 방식이 최근 입시 평가 흐름에 맞는다는 학부모 인식도 확인된다. 활동 중심으로 평가받는 데 익숙해지는 게 나중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시각이다.

대원국제중 70

그래서 보내는 게 정말 유리한 건가, 다시 물었다

여기까지 보고 나니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왔다. 보내는 게 유리한가.

찬성 쪽 이야기는 분명했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영어 몰입 환경을 경험할 수 있고, 내신 부담이 적어 특목고 진학에 유리하고, 실제로 졸업생 60~70%대가 특목고·자사고로 진학한다는 실적이 있다.

근데 반대쪽 얘기도 만만치 않았다. 매년 10% 정도가 영어 적응 실패로 전학 간다. 연 1,000만 원대 학비를 3년 내내 부담해야 한다. 추첨으로 들어가는 만큼 영어 실력이 충분하지 않은 채로 합격할 수도 있고, 그러면 적응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국제중 경쟁 과열을 두고 “대학 입시까지 이어지는 학력 격차가 중학교 단계에서부터 크게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양쪽 얘기를 다 듣고 나니, 이게 “보내면 무조건 좋다” 혹은 “보내면 안 된다”로 정리될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의 영어 수준과 적응력을 먼저 객관적으로 가늠해보는 게 먼저였다.

5~6학년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말, 결론은 뭐였나

처음 들었던 그 말로 다시 돌아가본다. “5학년부터는 좀 잡아줘야 한다”는 그 말.

추첨제이기 때문에 입시 자체를 위한 스펙 준비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아니, 정확히는 “준비”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게 옛날 면접·서류 시대와는 완전히 달라진 거였다. 지금의 준비는 합격 이후 영어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실력을 미리 만들어두는 것, 그리고 청심국제중처럼 면접이 있는 학교라면 자기소개서에 쓸 만한 독서·활동 기록을 쌓아두는 것 정도였다.

5~6학년부터 반드시 시작해야 한다는 공식적인 근거는 따로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합격 후 적응, 또는 불합격했을 때의 대안(특목고·자사고 직행 준비)까지 생각하면, 고학년 즈음부터 아이의 영어 실력과 적응력을 점검해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었다.

기숙형 중학교 입시를 알아봤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결국 “언제 시작하느냐”보다 “우리 아이한테 맞는지”를 먼저 따져야 하는 문제였다.

그래서 우리 집은

아이가 국제중 갈 나이가 되려면 아직 시간이 있다.

그래도 막상 옆 테이블에서 들은 한 마디로 시작해서 여기까지 찾아보니, 조급해야 할 일이 아니라는 게 좀 더 분명해졌다. 자사고·외고 존치 이후 입시 전략을 다뤘을 때도 결국 선택지가 늘어난 거지 정답이 정해진 건 아니었으니까.

일단은 영어책 한 권 더 읽히는 것부터 시작해보려 한다.